경남중고재경동창회보 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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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호] 한일 지소미아 종료…그후
작성자.관리자 (2019-09-15 23:11:18) 조회. 28
일본의 대 한국 경제보복조치로 한일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부는 8월20일 한일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이에 권위있는 국제문제 전문가 동문 박승준(27회) 전 조선일보 북경특파원과 김기정(29회) 연세대 정치외교과 교수는 8월22일 인사동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이번조치가 한반도 안보환경에 미칠 파장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날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각각 개인 칼럼을 용마회보에 보내왔다. /편집자 주​

 

위 국제문제 전문가 동문 3인의 좌담이 있은 지 바로 며칠 뒤(822) 한일 지소미아 종료가 선언됐다. 이에 박승준, 김기정 동문은 24일 인사동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이번 조치가 한반도 안보환경 및 동북아 정세에 미칠 파장에 관해 별도의 토론 기회를 가졌다. 이들은 이날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3인 좌담회 기록을 보완하기 위한 칼럼을 보내왔다. 지소미아 파기를 각각 긍정적,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두 동문의 시각차가 선명하다. /편집자 주

 

외교적 유연성, 피봇팅 (pivoting) 전략으로 이익 극대화를

 

경남중 시절, 나는 농구선수였다. 정식 농구부가 있었던 동아중학, 금성중학은 넘사벽이었으나 그런대로  잘했다. 1 후배 중에 후일 국가대표가  친구도 있었다.(30 이장수) 농구선수 출신이었던 체육교사로부터 기본기를 배웠다. 패스와 레이업 (러닝 )으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기술과 전술을 배웠다. 페인트 모션이 눈빛 동작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무렵 배웠던 농구 기초의 하나가 피봇(pivot)동작이다. 워킹반칙을 피하기 위해,  발은 고정시켜두고 다른  발만 움직이며 몸을 회전시킨다. 피봇 동작을 하면서 우리  선수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대편 선수들 동작을 간파해야 한다.

2019 한일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양국 지도자간 케미의 부조화’, 감정적으로 달아오른 양국 사회분위기도 원인의 하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65 체제 때문이다. 65 체제는 ‘식민지 청산 ‘반공 결합된 체제였다.  속에서 한국은 일본이 주도하는 수직적 국제분업 구조 속으로 편입되었다. 65 체제는 처음부터 불완전했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탈냉전이 되면서 반공이 양국의 결합 고리에서 사라졌다. 반공을 대체할 전략적 이익을 찾지 못한   불완전했던 식민지 청산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65 청구권 합의가 ‘불완전했다 사실에 대한 법적 해석이었다.  기준은 ‘피해자 중심’ ‘식민지 불법성이었다.

아베정부의 수출규제 결정으로 전략적 속내를 성급하게 드러냈다. 한국을 미일 동맹의 하위구조에 두면서 본때를 보이겠다는 의도였다. 딴에는 한국의 급소를 쳤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결정은 무모했다. 강권주의 시대의 상처를 어떻게든 극복하고 싶어 하는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굴욕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민족주의적 결의를 기본사양 (default)으로 장착하고 있는 것이 한국인들의 정서다. 아베는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관을 21세기에 재현하고 싶어한다. 그러니 한국인들은  반발한다.

자국의 국내 정치적 목적도 있었다. ‘국가 밖에 적을 만들고 위협과 적대감을 재생산하려는 목표. 그것을 이용하여 헌법개정, 대외 군사적 활동범위의 확대 수순으로 진행하려 했던 것이 아베의 셈법이었다. 미중 갈등이 노골화되어가는 상황을 이용하여 동북아 지역에서 진영화 구도를 서둘러 형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한국의 급소를 치면, 한국이 외교적 고립을 두려워  것이라고 판단했다. 수출규제를 결정하면서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없는 국가라고 이유를 댔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아베의 도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대응은 단호했다. 수출규제가 안보상 이유라고 주장한다면 같은 안보논리로서 대응조치를 취한 것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중단 결정이다. 아베의 ‘한국 때리기때문에 서쪽으로 밀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동쪽의 하변으로 무기력하게 흡인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흔들리지 않는 나라 되겠다는 발언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가르기 게임을 벌이려는 아베정부에 대한 경고다. 동북아에서 진영화구도가 만들어지면 대립의 접점은 다시 한반도에 집중된다. 비용은 한국 몫이다. 대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견고하게 만들어 대립이 아니라 공존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의지다.

한국의 위치는 동북아 중추국가 (pivot state). 주변 국가들에 비해 힘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어느 한편으로 기울기로 결정하면 지역 전체의 판이 기울어지는 그런 국가가 중추국가다. 중추국가의 전략 구상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실제로 스텝을 움직일 것인가의 판단이다. 지역의 새로운 판형이 우리 이익을 보장한다면 그때는 움직여야 한다. 아베의 도전은 고의적인 신체접촉 파울 (intentional physical foul) 가까울 정도로 위협적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그래서 아베의 결정이 조급해 보이고 섣부른 티가 난다.

아직 스텝을 본격 옮길 때가 아니라면  이전에 중추국가의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까? ‘페인트 모션이다. 스텝을 옮기는  하는 것이다. 옮길  있고, 옮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와 동작을 수시로 발신해야 한다. GSOMIA 중단 결정도 그런 것이다. 피봇팅 전략이 중추국가의 기본 전략이다. 개인사에서는 ‘기회주의 부를 것이나, 외교현장에서는 이를 ‘외교 유연성이라 부른다. 유연성은 담대함, 기지(機智), 창의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결기와 저항도, 심지어 교태(嬌態) 외교적 유연성의  속에서 작동한다. 한국은 

 피봇팅 중이다.


 

/김기정(29)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일 GSOMIA 종료는 방향 착오의 악수일지도

 

20161월 일본 관방 부장관으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북조선의 핵실험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정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GSOMIA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10개월 후인 20161123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사이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서명됐다. 이 협정은 정확히 말하면 ‘Korea Japan 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그러나 웬일인지 우리 미디어들은 그냥 ‘GSOMIA’라고 호칭함으로써, 마치 GSOMIA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군사정보 교류를 위한 특별한 내막을 담은 협정이라는 인상을 받게 했다. 원천적으로 GSOMIA는 미국이 일본에 이지스함 레이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민감한 군사정보를 잘 관리하고 보호하도록 요구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미국에 압박을 받은 방식대로 우리에게 한일 지소미아를 체결하도록 요구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이 진행되는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서명됐다.

한일 지소미아는 미국이 일본을 포함, 전세계 40여개국과 체결하고 있는 다른 지소미아와 마찬가지로 무슨 비밀스런 내용을 담은 협정이 아니다. 두 나라 사이에 교환되는 군사비밀이 제3국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각종 행정장치 마련을 위한 협정이다. 협정의 서문은 양 당사자 간에 교환되는 군사비밀 정보의 상호 보호를 보장할 것을 희망하면서라고 밝히고 있고, 2협정의 목적이 협정의 군사비밀정보란 각 당사자의 국가안보 이익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 관련 모든 정보를 말한다라고 규정해놓았다. 모두 21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한일 지소미아의 어디에도, 한일 양국이 어떤 종류의 중요하고 비밀스런 정보를 교환할 것인지, 다시 말해 교류할 정보의 종류나 범위를 규정하는 조항은 없다. 조약의 이름에 나오는 “General Security(전반적인 안전)”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두 나라가 민감한 특정 군사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은 없다. 두 나라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군사정보가 제3국에 유출되지 않도록 군사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행정절차만을 담은 협정인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한일 지소미아를 종료시킨다고 우리와 일본 사이의 군사정보 교류의 품질과 내용이 달라질 것은 없다. 이 협정이 종료된다고 일본이 우리에게 제공하려던 군사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일도 없고, 우리가 일본에게 제공하는 군사정보의 내용이 달라질 것도 없다. 또 그동안 일본이 우리에게 민감한 군사정보를 제공했을 리도 없고, 또 우리가 중국과 북한에 관한 민감한 군사정보를 일본에 제공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가 이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일본이 우리를 수출품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시켰다는 조치에 대한 보복 카드로 판단한 점이다.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금요일인 22일 오후 620분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춘추관에 나와 TV생중계를 통해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안보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돼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일 지소미아 연장 시한은 824일로, 파기할 경우에는 우리 측이 일본 측에 통보하면 되는 것인데, 이틀 앞서 깜짝 뉴스 식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때마침 불고있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파문과 관련,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맸다는 오해를 받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상기지 건설을 둘러싼 미국의 대중(對中) 군사 전략이 크게 변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1987년 소련과 체결했던 INF(중거리 탄도탄 조약)을 폐기하고, 한국과 일본에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구상을 밝히던 중이었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서태평양 한국, 일본, 필리핀, 태국, 호주 등을 묶어 아시아판 나토(NATO)를 만들 구상을 흘리고 있던 중이었다. 한일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의 강요로 미일 지소미아를 체결한 아픈 과거를 갖고있는 일본의 아베 총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기는 했으나 미국을 화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었다. 한일 지소미아 폐기는 결코 수출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보복의 카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어느 당 정치인의 말처럼 일본의 멱살을 잡으려다가, 미국의 뺨을 친 꼴이 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가 방향 착오를 한 것인가. 더구나 G7 국가의 하나인 일본의 경제력을 외면한 이 결정은 안 그래도 어려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박승준(27)편집위원,전 조선일보 베이징 홍콩 특파원, 국제정치학 박사